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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차 만들면서 다른 여러 팀의 학생분들과 익명 채팅방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귀중한 정보들이 일회성 답변으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고 쉽게 검색해 찾아볼 수 있도록 익명 자작차 포럼을 만들었습니다.
포럼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게시글을 전부 포럼으로 이동시켜 두었습니다. 읽고 나서 자유롭게 궁금한 점은 질문하시고, 아는 것은 공유해 주시면 앞으로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작자동차포럼
한국 대학생 자작자동차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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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여름,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기계공학과 친구가 연락을 해 왔다.갓 전역해 세상만사가 재밌던 나는 덥썩 물어버렸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기시스템 파트장을 맡고 있었다. 전기자동차에서 전기시스템이라.. 대충 생각해봐도 할 일이 굉장히 많다. 고전압과 저전압 시스템에 구성에 대한 큰 그림부터 자잘한 회로 설계까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모든 내용과 시스템 전반을 새 팀원이 합류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기에도 어려움이 있고, 적어 놓으면 나중에 누군가 유용하게 써먹지 않을까 싶어서 정리해 둔다. 우리 팀은 이번에 처음으로 전기차를 시도하는 반면 국내 다른 대학교들은 이미 수 차례 E-Formula 출전 경험이 있다. 분명 우리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은 많은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혹여 이 글이 다른 팀에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이고, 글에서 오류나 개선점을 발견한다면 얼마든지 고쳐 주시기를 바란다. 앞으로 작성할 글에서 설명하는 개념이나 회로는 절대 정답이 아니다. 아무것도 모를 때 회로를 설계하고 뒤늦게 문제를 알았지만, 수정하기 어렵고 귀찮아 그냥 사용한 것들이 많다. 또한 여전히 많은 것들에 무지하다. 대회가 다 끝나고 이 글을 쓰면서야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결국 규정이 전부다. 규정을 많이 읽어야 한다.대회 첫째 날 이러고 배터리 머리맡에서 잤다.
다같이 정말 고생했다.
이게 되네...
심장 박동이 전류에 의해 교란당하는 심실세동은 심장주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심장은 한 번 박동하는데 걸리는 약 800ms보다 짧은 시간동안 감전을 당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버틴다. 200ms 미만의 감전에서는 심장주기 중 취약기일 때만 심실세동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감전이 심장주기보다 길어지면 심실세동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500mA에 1초동안 노출되면 심실세동 확률이 50%까지 올라간다. 감전 시간이 2초보다 길어지면 300mA도 위험하다. 그래도 이 값은 교류에서의 50mA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 값은 전류가 인체에서 흐르는 경로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이를 심장전류계수라고 하며, 다음 표를 따른다. |경로|심장전류계수| |:-:|:--:| |왼손에서 왼발, 오른발 또는 양발|1.0| |오른손에서 왼발, 오른발 또는 양발|0.8| |양손에서 양발|1.0| |왼손에서 오른손|0.4| |왼발에서 오른발|0.04| |가슴에서 왼손|1.5|
손에서 발로 흐르는 120mA의 전류는 손에서 손으로 흐르는 300mA의 전류와 동일한 심실세동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냥 100mA 이상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이렇듯 전류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한편, 전압은 전류가 인체를 뚫고 흐를 수 있게 만든다. 전압이 낮다면 전류는 인체를 통해 흐를 수 없다. 이 안전 한계를 **허용접촉전압**이라고 하며, 직류에서는 120V로 규정된다.([KS C IEC 60449 건축 전기 설비의 전압 밴드](https://e-ks.kr/streamdocs/view/sd;streamdocsId=72059200991113585){:target="_blank"}{:class='external'}) 옴의 법칙을 기억하는가? V=IR에서 V와 I가 어느 정도까지 위험한지 알아보았다. 이를 결정하는 마지막 요소, 인체의 저항 R은 피부의 젖은 정도와 접촉 면적 등에 따라 광범위하게 달라진다. 대체로 인체 저항은 1~10kΩ 정도로 본다. 안전에 있어서, 보수적으로 계산값을 산출하는 것은 아무리 과해도 부족하지 않다. 한 줄 요약: 직류 100V 100mA 이상은 목숨이 위험하다.
### HV와 LV 전기자동차의 전기시스템은 모터(엔진)을 위한 구동계통과 나머지 전자장치등을 위한 저전압 계통으로 나뉜다. 보통 **구동계통**은 **HV**라고 부르며, 고전력 전달을 위해 150V 이상의 고전압을 사용한다. 우리 차량은 최대 294V를 사용한다. **저전압 계통**은 차량의 제어와 편의 기능 등에 사용되며 차체에 접지된 12V를 사용하고 **LV** 또는 **GLV**라 부른다. 한편, 한국자동차공학회는 *KSA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Formula 차량기술규정*에서 HV를 60VDC 또는 25VAC 이상의 전기계통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장 전기시스템 제44조의 2항 1호) 윗 문단을 잘 읽어보았는가? HV 계통은 굉장히 위험하다.
### 접지와 절연 접지(그라운드, GND)라는 것은 한 회로 시스템의 전압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다. 어떤 기준점(0V)이 있어야 그 기준점과의 상대적인 전위차, 즉 전압을 잴 수 있다. LV 시스템의 전압 기준점은 12V 배터리의 -단자이다. 접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실제로 접지선을 땅에 묻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누설전류와 노이즈를 안전하게 처리한다. 한편, 자동차는 대지 접지가 불가능하므로 LV 배터리의 음극을 차체와 접지하여 사용한다. 이는 상용 차량에서도 동일하다. 전기가 통하려면 닫힌 회로가 구성되어야 한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절연된) 두 전원은 닫힌 회로를 구성할 수 없다. 따라서, 300V의 한 극과 12V의 한 극을 양 손으로 잡더라도 감전되지 않는다(그래도 실제로 해볼 일은 없길 바란다). 그러나 만약 HV와 LV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 상태에서 LV와 HV를 한 극씩 각각 잡는다면 당신을 부하 저항으로 하는 닫힌 회로가 형성될 수 있다. 차량기술규정 44조 3항 3호 "60V 이하의 전압을 가지더라도 구동시스템과 전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구동시스템에 포함된다." 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만약 LV와 HV가 절연되어 있지 않다면, LV의 음극이 차체에 접지되어 있기 때문에 차체에 닿은 채로 HV의 한 극에만 접촉해도 감전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 합선 합선, 단락, 쇼트는 모두 같은 용어이다. 두 접점이 전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수위가 다른 두 수조 사이의 수문을 개방하면 물은 두 수조의 수위를 똑같이 맞추기 위해 이동한다. 마찬가지로, 전압이 다른 두 접점을 전선으로 연결하면 두 접점의 전압이 같아질 때까지 전류가 흐른다. 이 때 흐르는 전류는 두 점 사이의 전압차를 V, 접점을 연결한 전선의 저항을 R 로 하는 V = IR 을 철저하게 따른다. 우리가 차량 배선에 흔히 사용하는 22AWG 구리 전선의 저항은 미터당 0.053옴이다. 294V 전원의 +, -극을 1m짜리 22AWG 전선으로 합선시키면 5550A가 전선에 흐른다. 이 때 전력 P = VI 이므로, 1630kW의 전력이 열로 소모된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수치다. 실제로는 셀이 이 정도 수준의 전류를 공급할 수 없어 전력은 이보다 낮고, 셀에 영구적인 손상이 간다. 당연히 전선은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발열을 견디지 못해 폭발한다. 팀 내에서 매년 이러한 HV 합선 사고가 한두 차례 발생한다. 작업 중 부주의로 인해 스패너 등 공구를 전류 경로로 합선되거나, 피로로 인해 손상된 전선에서 도체가 노출되어 합선이 일어난다.
세그먼트 1개, 50V 합선으로 인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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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로도 우리 차량의 모든 전기계통 회로도는 KiCAD로 설계하였으며, [Github](https://github.com/luftaquila/a-fa-schematics){:target="_blank"}{:class='external'}에 공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