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0. 들어가며

KSA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E-Formula 전기시스템 제작기

2022년 03월 28일

들어가며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여름,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기계공학과 친구가 연락을 해 왔다.

갓 전역해 세상만사가 재밌던 나는 덥썩 물어버렸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기시스템팀 팀장을 맡고 있었다.

전기자동차에서 전기시스템이라.. 대충 생각해봐도 할 게 굉장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스템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은 물론이고 회로를 설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밑도끝도없는 온갖 문제도 전부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내용과 시스템 전반을 새 팀원이 합류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기에도 어려움이 있고, 나중에 혹시 누군가가 보고 유용하게 써먹지 않을까 싶어서 정리해 두고자 한다. 우리 팀은 이번에 처음으로 전기자동차를 시도하는 반면 국내 다른 대학교들은 이미 수 차례 출전한 경험이 있다. 분명 우리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은 많은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혹여 이 글이 다른 팀에도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이고, 글에서 오류를 발견한다면 얼마든지 고쳐 주시기를 바란다.

소개

E-Formula는 우리가 가지고 노는 RC카가 아니다. 진짜 사람을 태우고 굴러가는 진짜 자동차다. 풀스케일 자동차를 모터로 밀어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 팀이 사용하는 모터는 정격 전력이 70kW이다. 대형 건물에 흔히 있는 15인승 1,000kg 60m/min 엘리베이터의 모터가 6kW정도 된다. 또, 모터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배터리는 최대 전압 294V에 연속 방전 전류가 245A이다. 산업용 용접기 30대를 동시에 최대 출력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한편 사람이 타면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상 안전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구경조차 못 할 고전압 고전류 배터리와 50mA만 흘러도 멈추는 심장을 가진 인간을, 전기가 아주 잘 통하는 철제 프레임 안에 같이 넣고 굴러가게 해야 한다.

전기 안전

소개만 대충 읽어봐도 감전당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감전이라는 것은 인체를 도선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말한다. 감전되었을 때 인체가 받는 피해는 직류/교류, 접촉 시간, 주파수(교류), 상/하향(직류), 인체 저항 등 많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감전과 관련된 규정은 한국산업표준 KS C IEC TS 60479-1 인체와 가축에 대한 전류의 영향KS C IEC 60364-4-41 감전에 대한 보호에 명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안전규정은 교류 감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시스템은 모두 직류(배터리)이므로 여기서는 직류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인류에 흐르는 전류는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근육이 마비되어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은 교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직류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종류설명전류비고
감지한계전류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함> 2mA-
-고통을 느끼기 시작함> 9mA-
이탈한계근육 마비로 탈출 불가능정의되지 않음(직류)그렇다고 안 아픈 건 아님
심실세동한계심장이 정상 작동하지 않음> 300mA상황에 따라 다름


심실세동한계는 심장주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심장은 한 번 박동하는데 걸리는 약 800ms보다 짧은 시간동안 감전을 당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버틴다. 200ms 미만의 감전에서는 500mA의 전류가 흘러도 고통스럽지만 장기 손상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감전이 심장주기보다 길어지면 심실세동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500mA에 1초동안 노출되면 심실세동 확률이 50%까지 올라간다. 감전 시간이 2초보다 길어지면 300mA도 위험하다. 그래도 이 값은 교류에서의 50mA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 값은 전류가 인체에서 흐르는 경로와 전류의 방향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그냥 150mA 이상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듯 전류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한편, 전압은 전류가 인체를 뚫고 흐를 수 있게 만든다. 전압이 낮다면 전류는 인체를 통해 흐를 수 없다. 이 안전 한계를 허용접촉전압이라고 하며, 직류에서는 120V로 규정된다(KS C IEC 60364-5).

한 줄 요약: 직류 100V 150mA 이상은 목숨이 위험하다.

HV와 LV

전기자동차의 전기시스템은 모터(엔진)을 위한 구동계통과 나머지 전자장치등을 위한 저전압 계통으로 나뉜다. 보통 구동계통HV라고 부르며, 고전력 전달을 위해 150V 이상의 고전압을 사용한다. 우리 팀의 차량은 300V이다. 저전압 계통은 차량의 편의, 제어 등에 사용되며 차체에 접지된 12V를 사용하고 LV라 부른다. 한편, 한국자동차공학회는 KSA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Formula 차량기술규정에서 HV를 60VDC 또는 25VAC 이상의 전기계통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장 전기시스템 제44조의 2항 1호)
윗 문단을 잘 읽어보았는가? HV 계통은 굉장히 위험하다.

접지

접지(그라운드, GND)라는 것은 한 회로 시스템의 전압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다. 전압은 종종 전기적인 위치 에너지로 표현된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기계공학과일 테니 위치 에너지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물체의 위치 에너지는 9.8mh로 계산할 수 있다. 이 때, 높이 h을 알기 위해서는 높이의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고도는 해수면을 기준으로 재고, 책상 위에서 물리학 실험을 할 때에는 책상을 높이의 기준점, 즉 고도 0m로 잡는다.

전압 또한 마찬가지로 어떤 기준점 0V가 있어야 그 기준점과의 상대적인 전위차, 즉 전압을 잴 수 있다. 우리 LV 시스템의 전압 기준점은 12V 배터리의 -단자이다. 우리는 이 -단자를 차체 프레임과 전선으로 연결해 줌으로써 차체 전체를 우리 LV에 대한 기준점(0V)로 만들어 줄 수 있게 된다. 어디서든 배터리의 -극이 필요하면 차체를 가져다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접지의 진정한 목적은 누설전류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 있다. 누설 전류는 전류가 본래 흘러야 할 전선 외에 다른 곳으로 흐르는 전류를 뜻한다. 누구나 한 번쯤 노트북이나 전기장판 표면에서 찌릿한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누설 전류이다. 접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렇게 인간의 피부처럼 적절하지 않은 경로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일반적인 누설 전류는 미미하지만 전자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인간을 기분나쁘게 한다. 한편,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큰 누설전류가 흐르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접지된 기준점은 인체 저항보다 저항이 낮고 전기용량은 크므로 누설전류가 인체 대신 접지으로 흘러 안전하게 처리된다.

자동차가 접지를 섀시에 하는 것은 섀시가 그나마 가장 전기용량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건물에서 전기공사를 하면 접지는 땅에 한다. 자동차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므로 프레임에 접지하게 된다.

푸념

그렇지 않아도 진동, 충격, 불안정한 전압 등으로 전자부품에는 가혹 환경으로 꼽히는 자동차에,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절연을 유지하기 위한 온갖 장치와 부품들, 원래라면 없어도 됐겠지만 고전압 고전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정말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 많다.

이런 내용은 실무 회로 설계라서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말 알음알음 공부하고 느낌으로 때려 맞추며 설계해야 했다. 이런 내용들까지 최대한 하나하나 짚으면서 어떻게 회로 설계를 했는지, 무엇을 고려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HV, LV 각 시스템의 구성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정리한 다음, 각 요소 하나하나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회로도

우리 차량의 전기계통 회로도는 다음과 같다.

회로도는 KiCAD로 작성되었으며, Github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